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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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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ardando (4월 5일) ​ 블로그에 참 오랜만에 왔습니다. 리타르단도는 '점점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으로, 저의 선천적 조급함을 중화하는 역할을 할 블로그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블로그 이름을 지었습니다. 도처에 뛰어난 글쟁이가 너무 많아 늘 부끄러울 뿐입니다. 글 감각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늘 현학적 표현만 쓸어담을 줄 알지 담백하게 쓰는 법은 잘 모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행위가 전 참 좋네요.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가끔 용서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글을 쓰며 용서한 적도 있어요.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은 어쩌면 두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써보렵니다.
마음 ​ 세상에서 제일 먹기 힘든 것, 마음. 오늘에서야 한 입 베어 문다. Stay Bright 라 하지만 날씨는 왜 Bright이 아닌건가요. 웃으면 축복처럼 햇살이라도 비추려나.
VIP 춘추전국시대 "학생증 제시시 VIP 혜택 무료'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의 홍보 문구를 보고 VIP 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보았다. 한국 화장품 회사들은 유독 VIP VVIP 마케팅을 잘 쓰나, 다 대접 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셀 수 없는 V가 붙은 등급도 있으니, 자기의 지위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 '너는 중요해, 너는 정말 중요해! 너는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해!' 하긴 '고객은 왕이다' 라는 말이 '갑질' 이라는 말에 조금씩 희미해졌다고는 하지만, 내가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한 곳에서 대접 받고 싶은 욕망은 지워질리가. 카드회사 등급제나, 마일리지 혜택이나, 스타벅스 무료 시럽 추가 이딴게 다 뭐라고. 그럼 우린 어디서 우리의 중요함을 확인하나, 그 곳이 엄마와의 볼 부..
나란 사람 ​ 못난 나. 뭘 할 수 있을까.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다큐를 보며 모든 학사 일정이 다 끝나고 EBS 다큐프라임 시험 6부작 시청중.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쯤의 내 에세이의 내용은 지금의 것과 천지차이다. 영어는 그 때 더 잘했을지언정, 그때는 좀 더 수용적이고 비판적 관점이 결여된 묘사적인 에세이만 써냈다. 복학하고 1학년 2학기에 처음 받은 에세이 피드백 중 하나가, Where is your argument? 였다. (점수는 56점) 튜터는 내 에세이의 critical thinking 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저 기존에 나와있던 아티클들의 주장을 수용하고 답습하는 에세이를 냈다. 한국에서 유치원 초중고를 나온 나에게는 내 주장 내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2학년 1학기부터는 튜터가 추천해준 리딩 리스트의 아티클과 책들을 읽고, '생각..
사대주의자 아닙니다. 2011년에 영국 들어가기 전, 모든 입시가 끝나고 나는 이태원 아웃백에서 약 4개월 동안 일을 했다. 이태원이다 보니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왔고, 주말엔 외국 가족들이 많이 왔다. 나는 서버로서 지정된 테이블의 주문과 계산을 담당했다. 그렇게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한 가지 재밌는 점을 발견했는데, 바로 우리나라와 외국 아이들의 메뉴 선택권이었다. 한국 가족들이 오면 메뉴를 선택할때 주로 엄마나 아빠가 대신 주문 선택을 해주거나 이따금 아이가 선택을 하면 "그거 말고 이건 어때?" 라며 제안 아닌 제안으로 다른 메뉴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반면, 미국인 가족들이 왔을 때는 엄마와 아빠는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를뿐, 아이의 메뉴 선택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주고, 아..
요즘들어 내가 궁금한 것 ​ 7월을 바쁘게 보내고 이제서야 숨고르기를 시작한다. 혹자는 먹고 살기 바쁜데 낭만이 무슨 소용이냐 말하지만 나는 낭만이 있어야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인가보다. 낭만이 내 삶을 빛나게 하는 것 같다. 낭만은 감동의 순간으로 채워져 있는데 감동할 때마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들....맛있는 것을 먹을 때, 육체적 사랑을 나눌 때, 잠을 잘 때,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하위 항목이 채워지는 정도로는 낭만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생존의 필수 요소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나의 가치 증명의 수단들이 필요하다. 내 스스로의 모습 그대로가 그 수단일 수도 있지만 더 객관적인 지표는 타자의 눈이다. 그런데 그 타자가 불특정 개인 혹은 다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지속적으..
덥다. 한국. 영국에서는 한국 소식에 더 잘 반응하고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한국에 오니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 당장 중요하지 실시간 떠오르는 이슈들이 마냥 소음으로 느껴진다. 오늘은 미국 전역에 동성 결혼 합헌이 결정된 역사적인 날. 하늘 아래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된 날. '사랑'한다는데 서로 좀 내비둬. 신의 이름으로 감히 함부로 정죄하지 말고요. 날도 덥고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도 참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