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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다큐를 보며

모든 학사 일정이 다 끝나고 EBS 다큐프라임 시험 6부작 시청중.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쯤의 내 에세이의 내용은 지금의 것과 천지차이다. 영어는 그 때 더 잘했을지언정, 그때는 좀 더 수용적이고 비판적 관점이 결여된 묘사적인 에세이만 써냈다. 복학하고 1학년 2학기에 처음 받은 에세이 피드백 중 하나가, Where is your argument? 였다. (점수는 56점) 튜터는 내 에세이의 critical thinking 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저 기존에 나와있던 아티클들의 주장을 수용하고 답습하는 에세이를 냈다. 한국에서 유치원 초중고를 나온 나에게는 내 주장 내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2학년 1학기부터는 튜터가 추천해준 리딩 리스트의 아티클과 책들을 읽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스타벅스에서, 도서관에서, 길에서 그리고 집에서 잠 자기 전까지. 2학기 1학년 IR Theory 에서 페미니즘으로 68점이라는 하이 투원 점수를 받고, 2학년 2학기에는 에세이 자체로는 US Foreign Policy 모듈로 처음으로 71점이라는 퍼스트 점수를 받았다. 촉박해서 낸 관계로 피드백에서 감점요인이 프루프리딩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인적으론 큰 성과였다. 답을 구하는 과정은 길고 짜증나고 귀찮고 힘들었을지언정 (잠을 잘 못 잘지언정), 내가 관심있는 분야며 재미있는 주제를 한 다는 일념으로 나름 (장인 정신을 흉내내는) 과제를 했다. 혹자는 취업과 별 관련도 없는 정치학이 인생에 뭔 도움이 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혼자서 치열하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내가 이 전공을 왜 택했을까 넋두리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중간에 좌절도 많고, 괴로움도 물론 많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얘기한 학문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한국 대학교에서 느끼지 못할 좋은 싸움들과 즐거움들이었다. 어느 누구도 내가 하는 공부에 정답을 내 놓으라 한 사람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그래서 넓디 넓은 초원에 뛰노는 양처럼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었다. 이제 논문도 남고 프로젝트도 남고, 졸업까지 갈 길이 멀었지만 끈기있게 물고 늘어져서 20대의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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