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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놀이

향수, 기억되고 싶은 증거




본래 사람은 저마다 다른 향을 가진다. 비누, 바디클렌저, 샤워젤, 애프터쉐이브, 스킨로션, 향수를 바르기 전, 몸 속 부준히 움직이는 세포 하나 하나의 화학작용이 모여 몸에 맞는 향과 맛을 만들어낸다. 같은 향수를 뿌려도 사람마다 다 다른 향기가 나는 이유가 바로 그것. 몸 속에 일어나고 있는 화학작용의 결과물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우린 매일 향을 입고, 바르고 또 다른 향을 만들어 낸다.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 냄새를 채 잊기도 전에 지하철로 들어가는 계단을 지나, 개찰구를 지나, 출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에서 보편적인 남성다움의 스킨 냄새, 향수 냄새가 난다. 열차가 오고 있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오르고 내린다. 어지럽게도 꽉 찬 열차 내부만큼이나 여러 향들이 시끄럽게 내 머릿속에서 소리친다. 여러 향들을 마주하면서 향을 바르는 행위를 고민해본다. 보이지 않는 향이라는 매개로 우린 항상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은게 아닐까. 한 송이의 데이지 꽃이 되어 누군가에게 꼭 기억되고 싶은 날이 있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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