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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내가 예쁘지 않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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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똑한 코, 툭 튀어나온 이마, 작은 얼굴, 무결점 피부, 쌍꺼풀이 있는 커다란 눈, 브이라인, 큰 가슴, 잘록한 허리, 한껏 올라간 엉덩이. 요즘 한국사회에서의 여자의 "예쁨 혹은 아름다움" 의 기준은 위에서 언급한 말들로 요약되는 듯하다. TV를 켜면 죄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이 나오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는 예쁜 사람들 차지다. 예쁜 사람들, 좋다 좋아. 잘생긴 사람들 좋다. 허나, 시대가 그리고 사회가 정해 놓은 미의 기준에 내 자신을 욱여넣어야 할까? 자기 자신을 가꾸는 행위 자체를 비난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한국 여성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미의 기준에 자신을 비교하고, 실망하고, 고치려고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고백하자면 초등학교 4학년때 치아교정을 한 것 외에는 (이게 성형인가?) 성형 경험이 없다. 나 또한 한때는 내 이마가 더 튀어나오고 코가 뾰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성형'이란 부모님이 물려준 유산을 거역하는 행위 같았고 단지 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게 싫었다. 더욱이 "내 지금 모습이 어때서?" 라는 반항심이 조금씩 자라난 것도 있었다. 내가 왜. 나 예쁜거 같은데.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아빠는 나를 딸로 키운게 아니라 세 자식 (우리집은 딸만 셋) 중 '첫째'의 개념으로 키웠다. 칭찬의 대부분은 '예쁘다' 보다는 '장하다. 대견하다. 믿음직스럽다. 훌륭하다.'였지 내 기억에서 아빠가 나를 '예쁜딸'로 부른적은 거의 없었다. 아빠는 딸의 외모 보다는 내 성과에 대해 칭찬해준 날이 더 많았다. 엄마 또한 내가 외모 말고 다른쪽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학창시절 사진을 보면 피부도 엉망이고 뚱뚱했던 내가 외모 걱정 없이 지냈던 이유는 부모님이 내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영향이 컸다.

영국에 오니 이곳 여자애들은 원하는 대로 화장하고 살이 삐져나와도 크롭탑을 입고 다닌다. 물론 영국에서도 미의 기준이 있겠지만 한국에서처럼 '영국 여성의 미' 를 여성들에게 강요하진 않는다. 내 눈엔 다들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그 문화에 익숙해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패션에 둔감해진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있게 웃는 여자들이 제일 예뻐 보인다.

거울 속에 비친 나, 충분히 예쁘다. One Direction도 "Don't need make-up to cover up." 이라고 불렀고, 버벌진트도 "충분히 예뻐"라고 말했다. 여자들이 예쁘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존재 자체가 아름다움인걸우리는. 사회가 정해 놓은 미의 기준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아마 인류의 기원부터 있었을 것 같긴 하다. 아름다움이라는게 참. 그런데 그게 여성들에게만 강요된다는게 좀 화가 난다. 그래서 우선은 한국 여자들이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자신감, 자존감이 그 첫 단추라 생각한다. 나 자신을 그대로 사랑해주기. 그래야 미의 기준도 점차 달라질 수 있겠지. 라고 생각을...

내가 예쁘지 않을 이유 하나도 없다.

*이 글은 성형한 사람을 비난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님을 알립니다.
*그냥 러브 유어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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