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A 번 버스을 타고 녹사평을 지나 삼각지를 지나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버스 맨 앞 좌석에 아빠 무릎에 한창 말을 배워가는 딸이 앉아, "아빠, 이게 뭐야. 저게 뭐야." 조잘거린다. "아빠, 카드 삑 왜 해?", "왜 (사람들이 탈 때) 안녕하세요 해?" . 아빠는 딸의 쉼 없는 질문 세례에도 자상하게 대답해준다. 그 꼬마를 보며 세상에 대해 이것 저것 궁금해하던 나를 떠올려본다. 아쉽게도 고망쥐 같이 재잘대던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 없다. 대신 저 아빠처럼 아이들의 질문을 들어줘야하는 나이쯤이 되었다. 어젠 눈가 주름이 깊게 패인 아빠가 나에게 새로 산 청바지가 어떠냐고, 새로 한 머리가 젊어보이냐고 물었다. 참 신기하다. 고망쥐는 어른이 되려 하고, 아버지는 청춘이 되려 하네. 삶은 직선이 아니라 끝이 없는 둥근 원 아닐까.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