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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잘 졸업하기

자존감과 자만심에 대해


2월 2일부터 지금까지 체지방 감량과 근력 강화를 위해 운동 및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운동을 하면 선별적으로 체지방만 빠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력강화와 충분한 단백질 섭취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적 컴플렉스에서 시작한 것도 있지만 사실, 논문을 쓰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반 취준생의 정신력 강화의 일환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3주차 2-3kg 감량을 했고, 변한게 있다면 뛸 때 느껴지는 가벼운 몸과 두 겹이었던 뱃살이 한 겹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외적 변화도 기쁘지만 사실 더 기쁜 변화는 꾸준하게 운동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사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미생>의 명대사를 계속 떠올렸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다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작년 겨울 방학에 한국에 들어가 <미생> 을 몰아 보면서 무릎을 쳤던 명대사였다. 나는 재치와 순발력 그리고 창의력이 넘치는 사람이지만 지겹고 반복되고 오래 걸리는 일의 따분함은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해부터는 그런 따분함을 견뎌내고, 끈기를 길러내는 연습을 통해 새로운 나로 태어나고 싶었다. 취업준비생이며 졸업반인 나에게 이번 해는 아프고 아픈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세상이 이렇게 살기 힘들고 남들도 열심히 사는데, 내가 운이 좋게 떡하니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끈기있게 도전 하되, 실패를 대비하는 맷집을 길러보기로 결정을 했다. 이번 해엔, '합격을 축하합니다.' 라는 말 보다, 거절의 말을 더 들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본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자존감이 조금이라고 지나치면 바로 자만심 그리고 나태함으로 이어지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좋은 점은 회복탄력성이 꽤 높다는 것이었다. 쉽게 좌절하더라도 내재된 자존감 덕인지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인지, 나는 다시 튀어오르는 맛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렇게 들쭉날쭉 튀어로는 것보다 여여하게 선처럼 조용히 흐르는 시간도 나에게 꼭 필요하다 생각했다. 인내심과 지구력이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전, 나에게 가장 큰 역량이라 생각했다.



계속 나아가고 도전하리라.